교과서 밖 역사 읽기 (2) : 미국의 식민지 시대의 갈등과 변화

by help posted Feb 0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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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밖 역사 읽기 (2) : 미국의 식민지 시대의 갈등과 변화

 

프랑스-인디언 전쟁 (French Indian War, 1754~1763) 이전 북아메리카에서 프랑스가 소유권을 주장하던 영토는 (지도의 하늘색 부분) 영국령 식민지에 해당하는 영토 (지도의 진홍색부분)보다 훨씬 넓었다. 하지만 “미국”의 건국은 상대적으로 좁은 영토에 정착한 영국 식민지인들이 주도했다. 각 식민지의 지속성과 본국으로부터 이주해 정착한 인구 수 등을 비교해 보면, 영국이 상대적으로 성공적인 식민지 체계를 갖추었던 것이 그 주요 원인임을 짐작할 수 있다. 결국 “콜럼버스의 발견” 이후 “미국의 건국” 이전 시기에 대한 참고 문헌과 문학 작품의 앵글은 영국 식민지를 향하게 된다. 

17세기 영국인들의 북미 이주기에서 18세기 중반 독립혁명기까지의 시기 중에 미국사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사건들과 영문학 작품들은 식민지 사회의 정체성과 다양성, 그리고 형성과 변천 등을 들여다볼 수 있는 단서가 된다. 먼저 이 시기의 역사적 흐름을 가볍게 훑어보려면, Alan Taylor의 American Colonies: The Settling of North America (The Penguin History of the United States, Volume1)를 권한다. 

“식민지 시대” 각 식민지는 똑같이 영국령이라고 해도 설립 목적이나 인구 구성에서 뚜렷한 차이를 가지고 성장했음은 꼭 기억해두어야한다. 즉, 이 시기가 배경이 되는 문학작품이나 역사책을 읽게 될 경우 시대뿐만 아니라 지리적 위치를 확인할 때 훨씬 제대로 된 독해가 가능하다. 

The Crucible: 세일럼의 마녀사냥 


가령, 영어 시간에 한 두번쯤 읽게 되는 Arthur Miller의 극 The Crucible 은 문학과 역사-시간-지리의 교차 읽기가 중요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일전에 한 고등학생의 크루서블에 대한 리뷰 페이퍼를 본 적이 있다. 그 학생의 인상적인 첫 문장은 “아서 밀러의 크루서블은 17세기 말 사람들의 초자연적인 믿음에 관한 스토리다.” (혹시나 해서 밝혀 두는데 이 문장은 작품에 대한 제대로 된 오해다) 

물론 크루서블은 1692년 매사추세츠 세일럼 빌리지에서 실제로 벌어진 “마녀 재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작품이 쓰여진 연도는? 학생들에게 추리를 해보라고 하면 대개 1700년대 초반 정도를 상상하는데, (극작가 아서 밀러는 배우 마릴린 먼로와 결혼했던 적도 있다!) 이 작품은 1952년 작이다. 밀러가 무려 260년이 지나서 세일럼의 마녀 재판을 다시 호출한 까닭은 매카시즘의 본질을 고발하기 위해서였다. 1950년대 매카시와 언론의 공세 앞에 공산주의자로 몰린 사람은 자백을 하거나 누군가를 공산주의자로 몰아가야했다. 크루서블에서 재탄생한 세일럼의 마녀 재판 역시, 자신의 치부를 감추려던 거짓말은 또다른 거짓말과 무고를 낳고 이 연쇄 과정 속에 집단은 상식적으로는 이해불가능한 광기에 휩싸이게 되는 과정이다. 

다시 역사로 돌아가서 ‘실제의’ 1692년의 마녀 재판은 왜 벌어졌을까? 17세기 중 후반 뉴잉글랜드 지역에서 마녀 소동이 벌어졌던 것은 단지 세일럼뿐은 아니었다. 중세 유럽의 마녀사냥과 마찬가지로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과 경제적 곤궁, 그리고 청교도 공동체의 정체감 혼란 등의 원인을 종교 (청교도) 질서 외부의 악령 혹은 마녀에게 돌렸던 탓이다. 특히 상업 중심으로 부상하는 세일럼과 농업 중심의 낙후된 세일럼 빌리지 (현재의 덴버스)의 갈등, 특히 이 두 마을을 대표하는 유력한 집안 퍼트남가와 포터가 간의 계속된 토지 분쟁과 이로 인한 반목과 불화가 마녀재판 당시 대대적 무고의 원인이 되기도 했었다. 

즉, 세일럼의 마녀 사냥은 단지 그 비이성과 광기에 웃고 지나칠 일이 아니라, 뉴잉글랜드의 경제와 사회 변화와 함께 했던 성장통 같은 사건이었다. 


The Scarlet Letter 로 청교도 사회 들여다 보기 한편, 1692년 마녀 재판 당시 재판을 주도했던 판사 윌리엄 호손의 후손으로 세일럼에서 태어난 Nathaniel Hawthorne의 주홍글씨 (The Scarlet Letter)는 고등학생들이 가장 많이 읽게 되는 소설 중 하나다. 100% 픽션이고 인간의 죄의식과 도덕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담겨 있는 작품이지만, 주인공 중 하나로 등장하는 딤스데일 목사는 지배 윤리로서의 청교도 윤리와 그 위선, 그리고 내적 균열과 같은 사실상 식민지 시대 청교도 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상징한다. 실제로 호손은 조상 윌리엄 호손의 마녀재판에서의 역할에 참회의 심정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남부의 식민지와 노예들 


버지니아와 남부 식민지의 형성과 발전은 뉴잉글랜드와는 또 다른 양상을 띄었었다. 식민지의 성장 시기 남부의 노동력을 책임지던 흑인 노예들에 대한 책으로는 Peter H. Wood의 Black Majority: Negroes in Colonial South Carolina from 1670 through the Stono Rebellion 를, 일반적으로 존재 자체가 간과되곤 하는 영국으로부터 유입된 백인 계약 노예들에 대한 기록으로 Don Jordan 와 Michael Walsh이 공저한 White Cargo: The Forgotten History of Britain's White Slaves in America 등도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