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밖 역사 읽기 (10) : 남북 전쟁과 노예

by help posted Feb 0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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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밖 역사 읽기 (10) : 남북 전쟁과 노예

 

1776년 독립선언 (Declaration of Independence)은 “모든 인간이 생명, 자유, 행복의 추구 등,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조물주로부터 부여받고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점은 자명한 진실이다 (We hold these truths to be self-evident, that all men are created equal, that they are endowed by their Creator with certain unalienable Rights, that among these are Life, Liberty and the pursuit of Happiness)”라고 적고 있다. 하지만 어떤 인간들의 생명과 자유, 그리고 행복추구의 권리를 제도적으로 저당잡았던 미국의 노예제도는 그 선언이 있고 나서도 거의 한 세기를 존속했다.

남북전쟁 (Civil War, 1861~1865)의 본질적인 원인은 정치, 사회, 문화 그리고 무엇보다도 경제적으로 켜켜이 쌓여온 남북간의 갈등이다. 또한 연방의 우위와 각 주의 권리의 우위 를 둘러싼 정치 철학이 충돌했다.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노예제를 서부 영토로 확장해도 괜찮은가”를 둘러싼 노예주와 자유주 간의 충돌이 분열의 방아쇠를 당겼기에, 남북간의 충돌은 결국 노예제 이슈로 수렴됐다. 그리고 누구나 알다시피 남북전쟁의 결과, 미국에서의 노예제도는 폐지되었다.

Killer Angels & Uncle Tom’s Cabin


노예제 철폐가 가능할 수 있었던 남북전쟁에서 가장 핵심적인 전투를 꼽으라면 이견 없이 게티스버그의 전투가 거론될 것이다. Michael Sherra의 퓰리쳐상 수상 소설 Killer Angels는 바로 그 게티스버그 전투가 벌어진 사나흘간을 배경으로하고 있다. 연합군과 연방군 양 측의 시선을 교차하는 섬세함 덕인지, 이 책은 가장 추천할만한 남북전쟁 관련 소설로 자주 거론된다. 

물론, 남북전쟁과 관련하여 전 연령대에 가장 많이 거론될만한 소설은 Harriet Beecher Stow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 Uncle Tom’s Cabin>이다. 노예제의 잔혹함, 비인간성을 묘사하고 있기에 노예제 옹호론자들의 강한 거부감과, 노예제 철폐에 대한 강력한 여론을 동시에 일으킨 책이라고 한다. 전쟁중 스토우 부인을 백악관에 초청한 링컨이 “당신이 이 엄청난 전쟁을 일으킨 바로 그 분이로군요”라고 말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남북 전쟁 이전, 남부의 노예제 옹호론자들은 노예제를 비도덕적인 혹은 퇴행적인 수식어로 보는 시선에 반대했다. 노예제는 <예외적인 제도 Peculiar Institution>일 뿐이며, 더 나아가 (외부에서 보는) “필요악”이라기보다는 “긍정적인 선 (Positive Good)”에 가깝다고 강변하곤 했다. 하지만 노예들 개개인의 경험도 그러했을까? (라고 묻는 자체가 어리석겠지만.)

노예들의 노예제 경험을 노예의 입장에서 접근해보려 한다면 노예들의 육성 혹은 노예들이 남긴 글이 더 적합할 것이다. 그런데 남북전쟁 후 전개된 재건 시대 이전 시기까지 대부분의 노예들은 읽기, 쓰기 교육 조차 받지 못했다. 소수의 노예 소유주들이 노예들에게 기독교를 전하기 위해서 혹은 일을 시키기 위해서 글을 가르치기도 했지만, 거의 예외적인 일이었다. 노예제에 종속되어 있던 흑인들의 내러티브가 상대적으로 극소수인 이유다. 그래서 더더욱 중요하게 취급되는 몇몇 서적들이 있다.

Frederick Douglass, Narrative of the Life of Frederick Douglass: An American Slave Written By Himself


일단 역사 수업뿐만 아니라 영어 수업 교재로도 꽤 폭넓게 사용되는 프레드릭 더글라스의 자서전. 더글라스는 1877년 컬럼비아 특별구 경찰서장, 1889년 주(駐)아이티 공사 등, 흑인 최초로 고위 공직에 오른 인물이기도 하다. 또한 노예 해방운동과 여권 운동에도 활발하게 참여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그의 자서전에는 당시 흑인 노예들에게 흔했을 법한 경험이 등장하곤 한다. 가령 <백인 노예 소유주와 흑인 노예 사이에서 태어났고, 아마도 자신의 주인이 자신의 아버지일 것으로 추정되지만 출생의 ‘비밀’에 대해 알려 해서는 안되는 경험>이라든가 <운좋게 글을 배울 기회가 처음으로 주어졌을 때 들어야했던 “노예가 글을 안다는 것은 위험한 것이거나 혹은 쓸데 없는 일”이라는 주인의 반응>따위다. 물론, 그 경험 후 더글라스는 독학으로 지식에 다가가게 되었다.


한편, 더글라스의 자서전은 노예의 <도망> 혹은 <노예해방 운동>과 같은 경험도 전하고 있는데, 당시 가장 유명한 노예제 폐지론자로 <리버레이터 Liberator>의 편집장이었던 윌리엄 로이드 개리슨과의 만남도 소개되고 있다. 어쨌거나 학교에서 다들 한 번쯤은 읽게 되는 더글라스의 자서전은 흑인 노예 스스로의 경험 세계에 대한 흔치 않은 내러티브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으로 꼽히고 있다.

참고로 과거 노예들의 자서전 혹은 내러티브로 더글라스의 그것이 유일한 것은 아니다. Yuval Taylor 와 Charles Johnson 은 과거 노예들의 자서전 약 200여 권을 묶어 I Was Born a Slave: An Anthology of Classic Slave Narratives 라는 제목의 시리즈로 출간했다. Norman R. Yetman의 When I Was a Slave: Memoirs from the Slave Narrative Collection 역시 노예들의 내러티브를 묶어 출판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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