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지도 (Presidential Election Map)로 보는 역사

by help posted Feb 0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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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지도 (Presidential Election Map)로 보는 역사

 

“분열된 국가” (Divided Nation). 미국 대선 결과를 놓고 많은 매체들이 쏟아내고 있는 말의 홍수 속에 꽤나 자주 등장하는 덕에 익숙해진 표현이다. 지난 2008년과 이번 2012년 대선 캠페인을 거치면서 성별, 인종, 연령, 거주 지역, 계층별 “차이”가 만들어내는 정치적 선택의 차이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고, 그 갈등은 심화되어 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짚어보자면 이제와서 분열된 미국 어쩌고 하는 호들갑은 사실 좀 새삼스럽다. 

1860년 대선, 그리고 2012년 대선 


<분열된 국가>라는 뉴스 프레임을 보며 에이브러햄 링컨의 <분열된 집 연설> (House Divided Speech, 1858)을 떠올렸다. 1958년 링컨은 당시 전국적인 정치 거물이었던 민주당의 스티븐 더글라스에 맞서 일리노이 상원의원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노예제에 대한 차이가 연방을 흔드는 상황을 두고 “분열된 집은 바로 설 수 없다”며 비판했었다. 

링컨은 1858년 일리노이 상원의원이 되는 데는 실패했지만, 2년 뒤 1860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승리한다. 이어 남부 주들은 남부의 (선거인단) 지지가 전혀 없이도 공화당의 링컨이 대통령이 된 1860년 선거 결과에 당혹스러워했고, 하나씩 연방으로부터의 이탈을 선언했다. 남북전쟁의 시작이었다. 

2012년 대선의 지도를 보다가 1860년 선거와의 흥미로운 우연을 발견했다. 인디애나, 델라웨어, 버지니아 등의 몇몇 예외를 제외하면 1860년 민주당에 투표했던 “남부주”들은 현재의 “공화당” 텃밭에, 1860년 공화당에 투표했던 북부주들과 서부해안 주들은 현재의 “민주당” 텃밭에 거의 정확히 포개진다. (1860년 당시에는 현재의 중서부 많은 주들이 미국의 영토에 속해 있었지만 아직 “주”로서 연방에 가입되기 이전이었고, 알래스카와 하와이는 미국의 영토에 포함되기 이전이었다) 부시 (주니어) 대통령이 당선되었던 2000년 선거 이후로는 이런 경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민주당 지지 주와 공화당 지지 주가 정확히 역전된 셈이다. 남북 전쟁 후 150년 동안, 미국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습관으로서의 정치 


남북 전쟁이 끝난 후 거의 반세기 가까이 북부-공화당, 남부-민주당 구도는 지속되었다. 무엇보다 남부는 북부-공화당에 대한 반감과 더불어 민주당 지지로 결속했다 (Solid South). 19세기 후반의 투표 참여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이 기간동안 대부분의 대통령은 공화당에게 돌아갔지만, 당락은 대개 1.5% 내외 차이에서 결정될 정도로 양 당에 대한 지지율은 팽팽하게 나뉘어 있었다. 그러나 양당에 대한 지지는 정치적 견해에 대한 차이보다는 문화적인 혹은 “습관적인” 측면도 강했다. 보호 관세문제를 놓고 격돌했던 1892년과 금본위제를 고수할 것인지, 즉 통화정책에 대한 의견 차이가 주요 이슈였던 1896년 대선 정도가 예외였을 것이다. 

북부-공화당, 남부-민주당 구도에 눈에 띄는 지각 변동이 나타난 것은 1912년 선거다. 26대 대통령을 지내고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시오도어 루즈벨트가 27대 윌리엄 태프트 대통령의 재선 레이스에 제동을 걸고 정계 복귀를 시도했으나 공화당의 지명을 받는 데에 실패하자 개혁당 (Progressive Party)를 창당하고 대선에 출마했다. 결과적으로 공화당의 분열은 미네소타, 캘리포니아등 일부 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에서 민주당의 윌리엄 태프트가 승리하도록 도운 일등 공신이 되었다. 

윌리엄 태프트의 재선 성공 이후 1920년, 24년, 28년 선거 모두에서 공화당은 압승을 거두었는데, 남부 10여개 주만이 민주당 지지 성향을 고수했다. 민주당이 다시 한번 거의 전국적인 지지를 받았던 대통령 선거는 대공황 후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당선되었던 1932년 선거다. 루즈벨트의 재임기를 거치며 많은 흑인들이 “링컨의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지지 정당을 옮겼다. 

민권 운동과 대선 지도 


북부-공화당, 남부-민주당 구도를 흔든 가장 큰 이슈는 흑인들의 공민권이다. 1870년 승인된 수정헌법 15조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많은 흑인들의 투표권이 (혹은 기타 시민으로서의 평등한 권리) 차단되어 있었다. 1948년 민주당의 트루먼 대통령이 연방 정부와 군대에서의 인종간 분리, 차별을 금지했을 때, 남부의 보수적인 민주당원들이 민주당으로부터 이탈, States’ Rights Democratic Party (흔히 딕시크라트라고 부른다)로 이동했다. 


흑인 민권 운동이 Civil Rights Act (1964)로 결실을 맺어가던 1964년 선거는 조지아, 루이지애나, 사우스캐롤라이나, 알라바마등 최남부 대여섯 개 주를 제외한 전국에서 민주당의 린든 존슨이 압승한다. 남부-민주당에서 남부-공화당으로의 이동이 뚜렷해진 것은 이무렵이었다. 

1964년 린든 존슨의 맞상대였던 배리 골드워터와 1968년 리쳐드 닉슨 이후 공화당의 대선 전략은 남부의 인종차별주의 정서를 적절히 활용하는 “남부 전략 (Southern Strategy)”에 공을 들이는 한편, 보수층, 부유층, 정상가족, 근본주의 기독교의 정서 등에 호소하는 전략으로 변한다. 동성애, 출산 선택권, 스템 쎌 연구, 복지 확충에 대한 지지여부가 정치 아젠더로 자리 잡은 현상도 여기에서 파생했다. 


선거가 있던 11월 6일 아침, 어느 투표소 앞에서 Mitt Romney’s Used and Obsolete Ideas, Yard Sale”이라는 플래카드를 만났다. 야드 세일 품목에 추가할 목록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