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의 시장화, 그리고 중독 권하는 사회

by help posted Feb 1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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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의 시장화, 그리고 중독 권하는 사회

 

지난 월요일 아침, 인터넷으로 한국 뉴스를 서핑하던 중,  ‘박봄, 4년 전 마약 밀매-검찰의 봐주기 수사 논란’이라는 기사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그냥 또 연예인 마약사건이구나하고 지나칠 수도 었던 사건이었다. 그런데 얼마지 않아 문제의 ‘그 약’이 암페타민 (Amphetamine)이며, 그 암페타민은 마약계의 대명사인 필로폰을 제조하는 데 사용될 수 있으며, 한국에서는 판매가 금지되어 있다는 내용 등을 다른 기사들을 통해 알게 되면서 이 사건은 내게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 

 

해명에 따르면 박봄씨는 미국에 있던 어린 시절 겪은 친한 친구의 죽음이 가져온 충격으로 인해 심한 정신적인 외상을 입었고, 그 후 꾸준히 정신과 상담을 받았다고 한다. 미국에 있을 때의 주치의와 박봄 측이 (전화로) 상담을 한 후,미국에 거주하는 친지가 대리 처방으로 약을 구매하여 한국으로 보냈다고 한다. 

 

사실 암페타민은 박봄의 소속사 측에서 밝힌 이유인 항우울제의 용도보다는, ADHD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의 치료 목적으로 사용된다. 한국에서는 금지되어 있지만, 미국에서는 널리 처방되는 애더럴 (Adderall) 혹은 바이반스(Vyvanse) 같은 ADHD 약의 주 성분이 바로 암페타민이다. 약품 분류에 따르면 코카인과 같은 류의 제 2형 약물이며, 심장발작, 불안정, 불면, 흥분 등의 부작용이 알려져있다.

 

그런데 애더럴이니 바이반스하는 약 이름은 미국 내 고등학생, 대학생들에게 그닥 생소하지 않다. ADHD 치료제가 “집중력을 향상시켜주는 약”, “공부 잘 하게 하는 약”, “각성제”로 알려지게 되면서, ADHD 치료제의 오남용이 심각해졌다. ADHD 약을 복용하는 중 명문대생 20% 정도는 복용해봤다는 비공식적 통계도 돌아다닌다. 어떤 의미에서 학교는 제약회사의  블랙마켓이 된 것. 

 

실제 통계도 봐도 청년층의 ADHD 치료제 복용률은 매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2011년 기준으로 미국에서는 매달 1400만 개의 처방전이 20에서 39세 사이의 청장년층에게 발행되었으며, 이 숫자는 같은 연령층에게 560만 개의 처방전이 발행된 2007년과 비교해봐도 약 2.5배나 증가한 수치다. (2013년 2월 13일자 뉴욕타임즈) 고작 4년만에 ADHD를 겪는 청년의 숫자가 2.5배 증가해서라기보다는 집중력을 극대화하는 약을 파는 블랙마켓의 힘이 2.5배 증가했다고 보는 것이 더 맞다. 

 

ADHD 치료제를 집중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은 정말 괜찮을까? 몇 해전 한 버지니아 청년의 자살 사건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2011년 11월 버지니아 비치에 거주하던 리쳐드 피라는 청년이 옷장 속에 목을 매달아 자살을 했다. 많은 이들의 머리속에 리더십있고, 영특한, 스트레이트 A 학점의, 하지만 운동을 매우 잘하고 잘생겼던, 학생대표였던, 의과 대학원 지망생 리쳐드가 고작 24세의 나이에 스스로의 목숨을 거둬버렸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리처드의 부모는, 모든 것이 완벽했던 리쳐드를 파멸시키고, 결국 자살로 몰고간 것이 다름 아닌 ADHD 치료제, 애더럴과 바이반스였다고 굳게 믿고 있다. 리쳐드에게 ADHD 증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학시절 의대 입학 수학능력시험인 MCAT 을 준비하면서 집중력을 높히기 이해 친구들로부터 얻은 ADHD약이 (경범죄에 해당하지만, 너무나 흔히 발생하고 있는 거래다) 순간적인 집중력을 높이는 데 효과를 느꼈던 리처드는 어느 순간부터 약에 과도하게 의존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졸업 후 집으로 돌아온 리처드가 ADHD 약을 구할 방도가 없게 되자 근방의 의사들을 찾아갔다. 

 

 “MCAT 준비하고 있는데, 요즘 너무 집중하기가 힘들어요”라는 리처드의 말에 의사는 바이반즈를 처방했다. “나도 그 심정 잘 알아.” 2010년 경, 리처드의 가족들은 리처드의 약물 중독이 심각해지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여러 날 동안 자지도 않고 가족을 괴롭히고 서성이고, 2~3일씩 깊은 잠에 빠지고, 과도한 공격 성향과 불안과 환각 증세를 보이는 등 이상행동 때문이었다. 

 

약을 중지하라는 아버지의 요구에 리처드는 이야기한다. “아버지, 저는 거리의 마약쟁이가 아니라 의.사.에게 합법적으로 약을 처방 받았다구요.” 리처드의 아버지가 의사를 찾아가 당장 처방을 중지하라고 따지자 의사는 이야기했다. “당신의 아이는 이미 18세가 넘은, 성.인.입니다. 당신이 약을 처방해라 말아라, 의료 기록을 보자 하는 것은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심지어 이 가족은 보험까지 해지하는 등의 초강수를 두었지만, 리차드의 의사들은 각종 이상증세가 나타나는 리차드에게 점점더 약물의 농도를 높였고, 나중에는 애더럴로 처방약을 바꾸었고, 또 약물의 농도를 높였다. 리처드가 만신창이가 되고 나서야  의사들은 리처드의 아버지의 요구대로 약의 처방을 중지했다. 그리고 얼마 뒤 리처드는 스스로의 생을 마감했다. 이 사건은 현재 의료 과실 법정에서 소송중이다. 

 

미국에서 처방약의 소비자 대상 광고가 합법화된것은 1997년의 일이다. 그러나 정신과질환을 치료한다는 약품의 시장은 엄청나게 성장했다. 광고 속의 향정신성 의약품들은 매일매일 이 약 한 알이면 당신의 자녀가 공부를 잘 할 수 있고, 이 약 한 알만 매일 복용하면 우울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속삭인다. 환자라는 이름의 소비자는 의사에게 광고의 “그 약”을 요구하고, 의사는 간편히 처방하고, 제약회사는 공룡처럼 거대해지는…미국은 바야흐로 중독 권하는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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