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자유 (1) 뉴욕타임즈대 설리반 판결

by help posted Feb 1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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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자유 (1) 뉴욕 타임즈대 설리반 판결

 

305558_5_.jpg이삼일 전 뉴욕 타임즈가 내보낸 “Venerable Korean American Group in New York Descends Into Chaos”라는 제하의 기사가 화제다. 요약하자면 뉴욕 한인회장 선거를 놓고 벌어진 투표 절차상의 잡음 때문에 두 명의 자칭 한인회장이 등장한 끝에, 두 번의 한인회 취임식에 경찰, 법원까지 등장하는, 뭐랄까 독해가 되도 이해가 되지 않는 기사였다. 

 

한인 이민자인 우리 중 많은 이들은 당연히 한인 이민자 그룹에 대한 또 한 번의 “낙인” 효과를 우려한다. 몇 주 전 처음 뉴욕 타임즈가 (대부분 한국인 소유인) 뉴욕 네일 업계의 타인종에 대한 차별과 임금 및 노동 착취 현실을 고발한 기사(The High Price of Pretty Nail: 반짝이는 매니큐어에 숨겨진 네일미용사들의 어두운 삶)가 나오자, 한인 네일 업계는 이것이 한인에 대한 비하이며 인종차별이라고 대응했더랬다. 

 

그리고 마치 시리즈로 준비된 2탄처럼, 24시간 주유소와 식당의 임금 착취 문제를 다룬 고발 기사(When It Comes to Wage Abuses, It’s Not Just the Nail Salons)가 등장했을 때, “일례”로 나왔던 “한국 식당” 등의 사례 덕에 “이러다가 뉴욕 타임즈 때문에 한인 자영업은 다 망하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폭풍 검색 중 우연히 알아낸 사실: 뉴욕 타임즈 기사가 나온 직후, 뉴욕 한인 직능 단체 협의회가 모 한인 식당에 모여서 한인들이 힘을 모아 이 사태를 해결하자고 결의했었는데, 공교롭게도 며칠 뒤 나온 두 번째 기사에서 임금 체불 문제가 불거지자 해당 노동자에게 임금 문제를 해결하기로 약속한 후, 재산을 빼돌린 것으로 보도된 그 “한국 식당”이었네!)  

 

‘우리’ 한인들이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할 사태는 혹시라도 ‘우리끼리’니까 임금을 체불하거나 부당한 노동을 강요당해도 입다물게 되었던 현실이 아니었을까. 그나마 그런 기사들이 없었다면, 일부이든 대부분이든 ‘있어서는 안 되지만 벌어지고 있는 문제’에 대해 우리들은 아예 무지하거나 무관심했었을 지도 모른다. 

 

솔직히 이런 심정은 체불 임금으로 속앓이 해본 유경험자로서 (이건 내가 ‘당’해봐서 아는데…) 그 기사로 억울하실 사장님들보다는 그 반대편의 이야기에 훨씬 더 공감이 갔던 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뉴욕 타임즈의 언론으로서의 본령은 ‘사실’을 보도하고, 문제가 있다면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일일터. 그것이 헌법 초안에 명시되지 않은 개인과 각 주의 권리와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채택한 권리장전(Bill of Rights 혹은 수정헌법 1~10조) 중 제 1조가 종교, 집회, 결사의 자유와 함께 언론의 자유를 이야기하고 있는 까닭일 것이다. 

 

그리하여, 뉴욕 타임즈의 잇따른 보도로 한인 사회가 뒤숭숭한 오늘 다시 돌아보고 싶은 미국사의 장면은 언론의 자유에 관한 대법원 판례들이다. 

 

뉴욕 타임즈 대 설리반 판결 (New York Times Co. v. Sullivan) 

 

흑인 민권 운동의 열기가 달아오르던 1960년 3월 29일 뉴욕 타임즈에 ”Heed Their Rising Voices”라는 제목의 전면 광고가 실렸다-기사가 아니라 의견 광고다. 이 광고는 흑인 민권 운동가들이 $4,800에 의뢰한 것으로,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남부에서의 시민 운동을 지원하자는 내용이었다. 

 

이 광고가 대법원까지 송사에 휘말리게 된 배경은 광고가 나오기 한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0년 2월 25일, 35명의 앨라배마 스테이트 칼리지 학생들이 몽고메리 카운티 법원 지하의 스낵바에서 음식을 주문했다. 당시 남부는 식당조차도 백인 전용과 유색인종용으로 분리되어 있던 시절이었기에, 이 학생들은 주문한 음식을 제공받지 못한 채로 전원 연행되었다. 

 

게다가 바로 다음 날, 전직 교육위원장 출신 주지사 존 패터슨은 이 학생들을 “공립 대학”으로부터 퇴학시킬 것을 명령하였다. 흑인 대학이었던 알라바마 스테이트 칼리지의 학생 800여 명은 이 결정에 분노하여 가두 행진을 벌이자, Ku Klux Klan 멤버들이 몽둥이로 이 흑인 학생들을 가격했다. 그런데 KKK 회원들이 무차별적인 폭력을 휘두르는 바로 그 장면에 몽고메리 경찰은 그냥 병풍처럼 서 있었다. 

 

그리하여 약 한 달 후 뉴욕 타임즈에 게재된 “Heed Their Rising” 광고 중 일부는 몽고메리 경찰을 비난하는 내용을 포함하였고, 또 한편 경찰이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자택에 대한 폭탄 테러에도 연루되어 있고, 더 나아가 흑인들의 전반적인 삶을 위협하는 존재임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뉴욕 타임즈의 광고를 접한 몽고메리 경찰서장 L.B. Sullivan은, 자신의 이름이 직접 언급된 것은 아니지만, 마치 본인이 경찰력을 남용한 것처럼 묘사되었다며 기사를 정정해달라고 요구한다. 뉴욕 타임즈가 이를 거부하자 설리번은 명예 훼손을 이유로 50만 달러의 소송을 제기했다. 앨라배마 주 대법원까지 연거푸 패소하여 거액을 배상할 뻔했던 뉴욕 타임즈를 구원한 것은 연방 대법원의 판결이었다. 

 

대법원은 “수정헌법 제 1조는 공적 사안에 대한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또한 “모든 사실 관계에 대한 완벽한 정확성을 요구하는 기존의 명예 훼손에 대한 법칙은 언론에 대해 자기 검열을 강요 (하며, 따라서 언론의 자유를 침해) 한다"는 등의 원칙에 기반하여 뉴욕 타임즈의 손을 들어준다. 

 

(다음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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