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반 폭로기자들: 언론,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다

by help posted Feb 04, 201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세기 초반 폭로기자들: 언론,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다

 

혁신주의의 물결과 폭로 기자들
미국의 20세기는 “개혁과 향상”이라는 화두에서 시작했다. 19세기 후반의 산업화는 석유 재벌 록펠러, 철강재벌 카네기, 철도 재벌 밴더빌트 등“이름만 대면 알만한” 부자들을 탄생시킨 도금시대 (The Gilded Age)의 풍요로 이어졌다. 하지만 부패한 공무원들이 기업가와 결탁하는 등 부정부패도 심각한 사회적 문제였으며, 사회 전반적으로 급증한 풍요는 공정하게 분배되지 못했다. 한편, 대도시의 이민자와 빈민층 인구가 급증하면서 형성된 슬럼가에서는 공중위생의 문제가 시급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등장한 이념이 바로 혁신주의(Progressivism)이다.* 20세기 초반의 혁신주의자들은 주로 중산층 백인들의 가치로서의 도덕, 합리성, 과학을 바탕으로 각종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열렬한 관심을 보였다.** 19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여성의 참정권 운동도 혁신주의와 함께 급물살을 탔다. 

혁신주의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지만 특히 사회개혁을 목표로 정부나 대기업의 부정 부패 등을 고발하던 폭로 기자들(Muckrakers) 의 활약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Muck(쓰레기, 오물) 와 raker (갈퀴, 샅샅이 헤치다)의 합성어인 Muckraker는 루즈벨트 대통령이 폭로 기자들에게 다소 경멸적인 뉘앙스를 섞어 붙인 명칭이다. 하지만 20세기 초반의 폭로 기자들은 지금으로 따지면 탐사보도 전문가에 해당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아이다 타벨, 스탠다드오일 컴퍼니를 고발하다
SAT II에도 자주 등장하는 대표적인 폭로 기자로는 아이다 타벨과 (Ida M. Tarbell), 업튼 싱글레어 (Upton Sinclair)를 꼽을 수 있다. 먼저 아이다 타벨. 저널리스트로서 그녀의 성취와 자부심은 대단했다. 가령 그녀는 증명할 수 없는 내용이라면 대화를 통해 안 내용이라도 절대 글로 옮기지 않았다고 한다. 그 백미는 그녀가 맥클루어 매거진 (McClure's Magazine) 지면을 통해 1902년에서 1904년 까지 연재했던 스탠드 오일 컴퍼니의 역사 (The History of the Standard Oil Company: the Oil War of 1872)다. 이 연재물에서 그녀는 록펠러가 최대 주주였던 스탠다드 오일 컴퍼니가 비열한 기업 합병의 방식을 동원하여 19세기 말 미국 전체 정유 산업의 대부분을 독점해온 과정을 고발한다. 1911년, 대법원은 스탠더드 오일 컴퍼니가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판단, 해체를 명령하는데, 이 과정에서 아이다 타벨의 연재물이 끼친 영향도 간과할 수 없는 것이었다. 

업튼 싱클레어, 육가공 업계에 직격탄을 날리다
업튼 싱클레어는 사회주의적인 이념 성향을 가진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로서, 왕성한 저술활동을 했다. 특히 육가공업계의 실태를 고발한 소설 정글 (The Jungle, 1906)은 베스트셀러였다. 사실 싱클레어는 자본의 무자비한 이윤추구와 노동착취를 고발하려는 목적에서 정글을 저술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더 강렬하게 각인된 메세지는 육가공업계의 비위생적 실태였다. 소설이 출간되자, 대통령도 이 소설을 읽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쳤고 루즈벨트 대통령이 직접 실태 조사를 지시하기에 이른다. 결과적으로 싱클레어의 소설 정글은 육류검사법 (The Meat Inspection Act of 1906) 과 청결식품 의약법 (Pure Food and Drug Act of 1906)이 통과되게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FDA역시 이들 법률들을 토대로 탄생했다. 


*****

 

어떤 의미에서보면 당시의 폭로 기자들은 “세상을 좀더 살만한 곳으로 바꾸는” 데에 톡톡한 기여를 했던 것이다. 우리 시대는 어떨까? 개인적으로는 PD수첩이 그런 의미를 가지는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가령, 피디수첩 황우석편은 연구윤리에 대한 사회 전반의 토론과 성찰을 가져왔다. 그런데, 한국시간으로 17일 밤에 방송되기로 했었던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편이 불방되었다. 이미 법원이 국토해양부의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했음에도, MBC 이사진이 방송 2시간을 앞두고 내린 결정이다. 이런 사태는 노태우 정권의 압력으로 불방된 우르과이라운드편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싱클레어가 구리전표 (Brass Check-구리전표는 포주에게 구입하여 창녀에게 지불하는 일종의 매매춘용 화폐였음)라는 또 다른 책을 통해 광고주인 대기업의 이익만을 옹호하는 언론을 매춘업에 빗대어 비판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어쩐지 MBC가 권력에 기생하는 매춘언론으로 변질되는 것 같아서 입맛이 쓰다. 

*이 글에서의 progressivism은 특정한 정치적 방향성을 가진 개념이 아니기때문에 진보주의 대신 혁신주의라는 번역을 사용했다. 참고로 26대 루즈벨트 대통령과 28대 윌슨대통령 등이 실시했던 일련의 사회 개혁 정책들이 바로 개혁주의의 정신을 반영하고 있다. 이때문에 대략 1900년에서 1920년까지의 시기를 Progressive Era 로 규정하기도 한다. 


** 당시 혁신주의자들의 문제 의식 속에 인종문제는 상실되어 있었고, 그들이 꿈꾸는 개혁의 방향도 백인 중산층 시각이었다는 점에서 다소 비판적인 평가도 있다. 

 

*** 후대에서는 1962년 침묵의 봄 (Silent Spring)을 발표, 유기염소계 농약이 생태계에 미칠수 있는 영향을 고발하고 미국 환경운동을 큰 흐름을 만들어 낸 레이첼 카슨을 빼놓을 수 없겠다. 

 

US History Key Words
The Gilded Age, Urbanization, Muckraker, Progressive Era, The Meat Inspection Act of 1906, Pure Food and Drug Act of 1906, Silent Spr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