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 혹시 엽관제 (spoils system) ?

by help posted Feb 0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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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 혹시 엽관제 (spoils system) ?

 

자수성가형 대통령 앤드류 잭슨


미국의 7대 대통령이었던 앤드류 잭슨 대통령은 건국의 아버지들 (Founding Fathers) 중에서도 대표주자로 기억되곤 하는 조지 워싱턴, 토마스 제퍼슨, 알렉산더 해밀튼, 벤자민 프랭클린과 함께 화폐 (20달러) 인물에 이름을 올린, 그만큼 미국인들이 비중 있게 생각하는 역사적 인물이다. 그러나 잭슨 대통령은 제퍼슨이나 워싱턴을 비롯한 전직 대통령과는 “출신 성분”이 전혀 달랐다. 초창기 대통령들과 주요 요직은 대체로 높은 교육수준의 엘리트, 식민지 시절에도 상당한 재산과 정치적 영향력을 누렸던 이른바 “버지니아 왕조” 혹은 매사추세츠의 명문가 출신 인사들에 의해 채워졌었다. 이에 반해 잭슨은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가난한 스코틀랜드계 이민자 가정에서 유복자로 태어나 14세에는 고아가 되어 정규교육의 혜택도 받지 못했던 자수성가형 대통령이자 “보통사람들”중에서 선택된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30대 후반의 잭슨은 이미 수백 명의 노예를 거느린 대농장주였고, 전쟁영웅이었다!)

정치적 전리품으로서의 주요 관직 


잭슨 시대의 미국은 정치적 격변기를 겪게 되는데, 여기에는 잭슨의 (전직 대통령들과는 다른) 독특한 배경도 어느 정도 기여를 했다. 그 중의 한가지가 이른바 “엽관제 (Spoils system)”이라고 불리는 공직자 임용 방식이다. 이전까지 연방 정부의 고위 공직은 그야말로 평생 정년을 보장받는 철밥통 보직이었고, 동북부의 명문가 인물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런데 서부와 남부의 떠오르는 신흥 세력을 발판으로 삼았던 잭슨 대통령은 공직순환(rotation in office), 즉 공직사회가 특권 계층에 의해 독점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 동부 특권층 공직자들을 공격한다. 실제로 잭슨 재임 기간동안 약 20%정도의 연방 공직자가 부패 등의 사유로 “물갈이”되는데, 이 자리를 채운 이들은 잭슨의 열렬한 지지자들이었다. 

이후 선거에서의 정치적 승리에 기여한 공헌과 충성에 의해 주요 관직을 차지하게 하는 인사정책은 “엽관제 (spoils system)”라는 명칭을 얻게 된다. 뉴욕 상원의원이었던 윌리엄 마시가 후에 “전리품은 승리자의 것(To the victors belong the spoils)”이라고 말한 데에서 유래한 것이다. 사실 전리품이라는 말에 거부감이 들기는 하지만, 당시의 시대적 맥락을 고려해보면 엽관제는 일종의 “공직사회 개혁”이었다. 현대적 맥락으로 가져와 봐도 주요관직이 특권층에게 독점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만큼은 백 번 맞는 말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엽관제는 매관 매직과 부패의 온상이 되었다. 그 정점은 1880년, 제 20대 대통령 제임스 가필드가 대통령에 취임 했을 때, 이미 대통령의 인사권이 발동하기 전에 거의 모든 주요 관직의 “거래”가 성사된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불거진 공화당 내부의 갈등은 가필드 대통령 암살사건으로 이어진다. 엽관제의 병폐는 1883년, 실력과 업적에 따른 인사방식인 매릿 시스템 (실적주의, Merit System)을 도입한 펜틀턴 연방 공무원법의 제정에 의해 시정된다. 

그리고 오늘… 일단, 삼권분립부터 


인터넷으로 고국 뉴스를 서핑 했다. 지난 주, 2011년 예산안이 날치기로 통과되면서 안팎으로 진통이 만만치 않다. 아직까지 국민적 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는 4대강 사업예산은 크게 증가하고, 이번 날치기 예산안 통과로 대통령의 출신지역이자 대통령 형님이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있는 곳에는 각종 SOC 등이 몰려서 지난 3년간 이른바 “형님 예산”이 누계1조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게다가 “영부인”이 주도하는 “한식 세계화” 사업은 뉴욕에 고급 한식당을 짓는 50억을 포함 250억 가까운 예산이 편성되었다고. 대신 여야간에 이미 합의되었던 서민 예산과 복지관련 예산은 전격 삭감된 이상한 예산안이 날치기로 통과되었으니 뒷말이 무성한 것은 당연하다. 

21세기 한국의 뉴스를 보면서 왜 엽관제가 떠올랐을까. 대통령이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하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의 “코드 인사”는 불가피할 것이다. 능력과 실적, 그리고 공정성만 담보된다면 말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행정부가 아닌 입법부에서, 엽관제의 망령이 기형적으로 살아나고 있는 것 같다는 그 느낌이다. 초등학생도 안다. 삼권분립의 원칙에 입각, 입법부는 행정부와 견제와 균형 관계에 있어야 한다는 걸. 그런데 안건과 예산 분배와 의사 결정 과정 모든 것을 승자가 독식할 것이라면, 국회의 존재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의회도, 승자에게 독식되는 전리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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